HUFSans
~(18) 권재진(무역 83) 동문
바른질문연구소 대표, 울산과학대 교수
Q1.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현재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우선 4차산업혁명 큐레이터라는 창직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플래너를 큐레이터라고 하는데요. 사실 어떤 주제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 그게 하나의 큐레이션입니다. 그래서 어디든 큐레이터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4차산업혁명 큐레이터로서 우리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4차산업혁명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바른질문 연구소’라는 1인 기업을 운영 중입니다. 이 기업은 질문이 없는 우리 사회를 질문이 많은 건전한 사회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설립됐습니다. 질문의 이론부터, 어떻게 질문을 하는지 등 질문에 관련된 연구와 청소년부터 대학생, 직장인,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서 울산과 부산시 등에 소재한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적역량 강화를 위한 강의를 하고 있고, 청소년 멘토로서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미래사회의 변화와 이에 맞는 진로 설정 등에 대해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부터 금융이해력(Financial Literacy)을 높이는 교육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요. 유태인을 비롯하여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금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정규 교과수업이 상당히 많습니다만,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히려 돈을 밝힌다는 소리를 듣기 쉽기에 터부시 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엄연히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고, 살아가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역임한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에 문맹보다 더 무섭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요. 금융 문명은 학습이 필요하기에 어릴 때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돈이 왜 중요한지.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잘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의를 계획 중입니다.
그 외에도 울산과학대학교 글로벌 비즈니스 학과의 겸임교수직, 해양수산부 산하의 한국수산자원공단에서 비상임이사직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산골마을로 이사하였기 때문에 우리 마을의 특성을 잘 활용하면서 그동안 제가 쌓은 경험과 지식을 융합한 사업도 구상 중에 있습니다.
Q2. 귀향(울산 소호리)을 선택하신 이유와 만족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릴 때부터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컸습니다. 또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귀향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생활할 때 ‘행복’이라는 단어는 사전 속에만 존재하는 단어로 생각했고, 한 번도 말로 표현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생활하면서는 행복하다는 말을 많이 하면서 살고 있어요. 저는 운동하는 것이 취미인데 새벽 운동으로 20km 자전거 라이딩과, 10km 산악 달리기(트레일러닝), 태권도 수련 등을 번갈아가며 하고 있습니다. 밤에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인공지능 관련된 영화나 다큐 등을 봅니다.
많은 사람들은 삶이 힘들 때 본인의 생각을 바꾸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라면 누구나 바뀌었겠죠. 저도 서울에 있을 때 정말 힘들었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 저는 생활환경(거주지)을 바꿨고, 환경이 바뀜에 따라 생각도 바뀌고 행동도 바뀌었습니다. 저는 스스로가 힘들다고 느껴질 때 환경을 바꾸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Q3. 울산과학대에서 외국인 학생이 주축이 된 태권도 동아리의 지도사범을 맡고 계시는데 어떻게 태권도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또 태권도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중학교에 다닐 때도 주변에 태권도장이 없어서 태권도를 배우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태권도 동아리가 생겨서 태권도를 처음 시작하게 됐는데요. 수업은 빠지더라도 태권도는 할 만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특공무술, 합기도, 선무도, 택견 등 총 6가지의 다양한 무술을 수련했습니다. 그중 태권도는 현재까지 30년 정도 꾸준하게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LG전자에 근무 중 일 때 퇴근하고 집에 가면 밤 11시였는데 그때 태권도장에 가서 밤 12시까지 태권도를 했어요.
울산과학대에 태권도 동아리를 만들게 된 이유는 해외에서 온 유학생들이 2~3년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학생들이 태권도에 관심을 보이 길래 제가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알려주고 도복도 후원받고 하면서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전통 무술이면서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 해외출장을 나가면 많은 현지인들이 태권도를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때로는 시범을 보이면 외국인들이 관심을 많이 가졌어요. 또한 태권도는 싸움 기술이 아닌 예의범절을 중요시하는 우리의 고유 전통무술이기에 활력 있고 자신감 있게 생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아주 좋은 운동입니다. 제가 가르치는 외국인 학생들도 재미를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과 수련을 하지 못했지만, 여건이 되는대로 유학생들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Q4. 4차산업과 연계해 포스트코로나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시나요?
전문가들조차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인류와 같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을 하잖아요. 지난 학기 모든 대학이 오프라인 대면 수업 대신 온라인 재택 수업으로 진행되었듯이,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생활을 위해선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을 우리 삶에 빨리 적용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코로나가 앞으로도 종식되지 않고 계속 지속되는 한 4차 산업혁명의 다양한 기술들(모바일, 클라우드, 블록체인, 가상/증강/혼합현실, 3D프린팅 등)은 우리 삶 속에 더 빠르게 들어올 것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인공지능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일반인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 삶 속에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인식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일례로 우리는 AI스피커가 아침에 깨워주고, 듣고 싶은 음악, 뉴스 등을 들려주는 그런 생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팬데믹으로 인해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면 4차산업혁명에 핵심기술들이 적용된 제품이나 콘텐츠를 소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Q5. 어떤 좌우명을 가지고 계신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에서 지냈던 30년을 돌이켜 보면, 정말 앞만 보고 달린 삶이었습니다. 전후좌우 살피지 않고 내 가족과 나만 생각하며 생활했습니다. 산골 고향마을로 돌아와서 생각하니 왜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는지 후회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 현재의 좌우명은 “성공보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요즈음 많이 회자되고 있는 ‘마음챙김(mindfulness)’, 불교적 용어로는 ‘내려놓기’를 실천 중입니다. 현재는 다른 것 보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마을 사람들까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큽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공해야지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행복하면 성공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의를 아느냐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국어사전에 행복과 성공의 정의를 찾아보니 성공이라는 것은 ‘어떤 목적한 바를 이루는 것’으로 결과를 의미합니다. 성공해야 행복하다는 공식에서 보면 아파트 30평에 살다가 50평으로 가면 성공했다는 생각은 50평 아파트를 사기 전까지는 행복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행복의 정의는 ‘순간순간에 느끼는 만족감’으로 과정에 해당됩니다. 저는 어떤 순간이던 자기가 행복하다고 느끼면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Q6. 어떤 대학시절을 보내셨나요? 또 외대에서의 경험이 인생을 살면서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대학에서 태권도를 정말 재미있게 했습니다. 태권도복을 입고 미네르바 동산을 뛰어다녔던 것이 생각납니다. 울산에서 온 동문들과 경기도 인근 지역에 많이 놀러 간 기억도 나네요. 제가 외대를 선택한 이유는 외대가 주는 느낌이 좁은 한국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입니다. 무역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역업에 대한 동경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고요. 부전공은 일본어를 선택했습니다. 졸업 후 LG전자 해외사업부에서 근무하게 돼 해외 출장도 많이 다녔고 좁은 한국이 아니라 전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외대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창(window)‘의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 창문을 통해서 세계를 보지 않았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모르고 살았겠죠. 따라서 저는 외대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이 커고 앞으로도 그런 자부심을 갖고 살고자 합니다.
Q7. 진로에 대해 고민 중이거나 도전을 꿈꾸는 동문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대학 졸업할 당시를 생각해 보면 진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우리 외대 정도 되면 삼성, 럭키금성그룹 등 대기업에서 온 추천장을 한두 장 정도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 사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청소년 멘토링 강의할 때도 많이 하는 얘기인데요, 살아온 경험에 돌이켜 보면 진로를 정하기 위해선 세 가지 정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찾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내가 잘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때 잘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잠재력이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자기가 그 일을 하면서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지입니다. 그 세 가지의 공통분모를 찾으면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삼성물산에서 컨설턴트 일을 할 때 삼성물산 독일 법인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신입 여직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독일에 여행하러 왔다가 한국 회사 법인에 가면 알바 자리라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무작정 찾아갔다고 합니다. 마침 그 회사에서는 알바가 필요했었고, 능력을 인정받아 현지 고용됐다고 합니다. 제가 이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세 가지 요건에 맞는 진로를 설정하였다 하더라고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따라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전의식과 열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Q8. 계획 중이신 목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우선 이번 학기에 제가 심리상담 대학원을 마쳤기 때문에 심리상담 자격을 취득을 하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시내에서 접하는 심리상담이 아닌 저만의 독특한 새로운 방식의 심리상담을 시도하고 싶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의 산골이라는 자연환경을 이용해 숲길을 걸으면서 하는 상담 혹은 숲 속에서 진행되는 집단 상담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신적인 문제가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의학으로 보면 예방의학 같은 방법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그 외에도 우리 마을 주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외부에서 갖는 우리 마을에 대한 이미지는 산골마을이면서 고랭지이고 청정지역입니다. 이 장점을 잘 활용한 창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예로 농약을 치지 않은 농산물을 잘 가공해서 판매와 함께 체험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6차산업 개념을 도입해 보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무농약 콩을 재배해서 두부로 만드는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는 것인데요. 마을에 뜻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6차산업 또한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무장한 마을 이장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