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시절, the Aurgus(영자신문) 생활로 학생회관 2층을 아지트로 하고, 도서관은 가끔 가방을 올려놓는 곳으로, 도서관 뒤 “깡통”은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을 하는 낭만적인 카페. 교문 건너 고흥식당은 저녁으로 설렁탕 한 그릇 먹던 곳. 길 건너 비스마르크에서는 생맥주, 감자탕 집에서 2차로 소주 한 잔.... 하루 집 나오면, 가진 모든 금전과 에너지를 소진하고서 귀가 하던 그런 학생이었다.
1980년대 서울 캠퍼스의 도서관은 여러가지 풍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비역 형들이 창문 쪽에 붙박이로 자리를 잡아, 담요부터 기본적인 살림살이를 쌓아 두었다. 시험때가 되면 새벽에 줄을 서서 도서관 문 열리기를 기다리던 풍경. 도서관 들어가자 마자, 안 쪽에 있던 복사집에서 코리아 헤럴드 사설 복사한 것을 팔았다. 한 장에 20원? 도서관에서 영어 원서를 빌렸고, 정말 귀중한 내용이 있어서, 그 페이지를 칼로 잘 오려서 보관했던 기억도 있다. 그 다음에 그 책을 빌린 사람은 그 페이지가 없어진 줄 알았을까?
언젠가 도서관점거 농성을 한다고 나누어 주는 두유, 우유, 빵으로 버티던 기억. 따스한 5월, 누군가가 도서관 5층의 창문을 깨고 로프를 타고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유인물을 뿌리기를 신호로, 삼삼오오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모여서 스크럼을 짜고, 교문을 뚫고 나가려고 하면 바로 이어지는 최루탄. 학교 건물 내부에서도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여러 추억을 가졌던 도서관이 그간 3년동안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5월 개관했다. 이름하여, “스마트도서관”. 이렇게 도서관 건물은 리모델링이 되어 시대를 따라가고 있지만, 외대의 슬로건은 리모델링 前이다.
“외대를 만나면 세계가 보인다”는 외대를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오랜 기간 사용해 왔다. 지금도 학교의 여기저기에서는 “Come to HUFS, Meet the World”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미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통합되고, 인터넷으로 접근이 가능한 글로벌의 시대에 외대를 와야 세계를 본다는 말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 많은 대학이 외국 수많은 나라의 여러 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외국 학생을 받아들이고, 학생들을 내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를 품으려면, 외대를 오라고 외치는 것이 현 시대에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지은지 40년된 도서관 건물은 돈과 시멘트가 있으면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그러나 학교가 학생에게 제시해야 하는 배움의 방향은 돈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욱이 컴퓨터를 최신 기종으로 바꾼다고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한 세대동안, 세상은 인터넷의 보급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변했다. 지금은 AI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물레방아의 커다란 에너지를 경험하고 있다.
창업이라던지 기업가정신(앙트레프레너십)이라는 말이 대학 캠퍼스에서 당연한 슬로건으로 자리잡은지 아주 오래되었다. 모두에게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통찰력과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을 가진 인재를 키운다... 어제 오늘의 말이 아니고,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힘이다. 세계 여러 대학들이 창업육성과 앙트레프레너십의 고양을 통해서 글로벌화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도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에 창업교육센터를 운영하여 학생들의 창업아카데미, 동아리 활동등을 지원하고 있다. http://startup.hufs.ac.kr/
Come to HUFS, Meet the World는 세계 여행이 자유화되지 않고, 세계화가 진행되지 않았던 시대에, 세계로 나아가야 했던 절박한 상황을 잘 파악했던 슬로건이었다. 21세기에는 AI로 세상이 하나로 묶여가고 있다. 이제 HUFS가 나가야 할 방향을 앙트레프레너십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미래에는 혁신적창업의지와 기업가정신을 북돋우는 HUFS의 도전적인 學風을 기대해 본다.
(박준형, 무역 83, 자유기고가. 위 글은 졸업한 동문 개인 의견임)